MIRA the Recycled ; Fare Thee Well (pilot episode)
9vvin의 만화 작품, 'MIRA the Recycled'의 pilot episode 입니다. 에피소드 부제는 'Fare Thee Well'.
(pilot episode - 파일럿 에피소드란 정식 시리즈로 제작하기 전 실험적으로 제작해 보는 시범 회차를 뜻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는 제가 이 작품을 기획하며 남겼던 노트와
기획서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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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사실이다:
우리의 탄생은 우연일 뿐이며, 초기 상태 그대로라면
우리의 '삶'과
천부의 '숙명, 사명, 당위성, 의미, 목적 같은 것들' 사이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초라하다 생각 되는가?
허무와 무력을 느끼는가?
본래의 무위한 자연은 우리의 감정과 아무런 관련 없이
그저 하나의 현상으로써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스스로의 비 자연적 숙명을 만들어 내는 것에도
자연은 무심하다.
이것은 경험이다:
내가 만든 내 인공의 숙명은 나의 생명이 되었다.
자작 숙명은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매우 유연하다.
시간에 따라 유한하고 바뀌면 안된다는 법이 없다.
사소하면 안된다는 법도 없고 우스꽝스러워선 안된다는 법도 없다.
실패해선 안된다는 법도 없고 다시 시작해선 안된다는 법도 없다.
물론 완벽하고 이상적이고 유일무이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법도 없다 -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는 차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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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품 소개
정신과 육체 모두 만들어진 존재인 주인공 ‘미라’는 어느 사기업의 무장 호송 요원이다. 그녀는 베테랑 동료 ‘그웬돌린’과 함께 비참한 인생을 살아온 소녀 ‘에스메’를 구출하기 위하여 위험한 적들에 맞서 싸우게 된다. 미라는 오랫동안 자신의 초라한 존재와 허무함 때문에 살 이유도, 죽을 명분도 분명치 않고 그저 숨만 쉴 뿐인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왔다. 그래서 직업상의 위기를 실수나 불가항력으로 가장한 ‘죽을 기회’, 더 나아가 ‘살 가치가 있는 타인을 지키다 보람 있게 죽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유로운 삶을 꿈꾸던 에스메와 정의롭고 유능한 그웬이 미라보다 먼저 죽는다. 낙담한 미라는 최후의 적 앞에서 ‘어차피 이길 방법도 없다’며 불쾌하고 실망스러운 죽음을 기다린다. 그러나 그웬이 죽기 직전 남긴 말장난 같은 약속으로부터 살 이유와 방법을 얻는다. 결국 미라는 싸워 이기고 살아남는다.
배경
시뮬레이션 가상 세계, 사이보그 임플란트, 레일건, 인격(정신, 영혼)의 데이터화 등이 보편화되고, 소수의 초거대 기술 기업 – 하이퍼 코퍼레이션들이 세계를 실질 지배하는 미래 세계가 배경이다.
소재
‘PQD(Personality Quantization/Dataization, 인격 양자화/데이터화)’라는 가상의 기술이 본 작품의 중심 소재이다. PQD는 육체를 비가역적으로 양자화하여 하나의 유기 생명체를 전산화된 데이터 생명체로 재탄생 시키는 기술이다. ‘데이터화 된 인간의 정신은 원본인가 복제본인가?’하는 질문은 이미 수많은 SF 작품들이 다뤄왔다. 여전히 재미있고 논쟁적인 소재지만 본 작품이 다루는 중심 주제는 아니다. 이 점을 명확히 하고자 의도적으로 ‘인격(정신)의 원본을 전산계로 이동시키는 기술’, PQD가 이미 존재한다고 설정했다. 본 작품속 세계에서 전산화된 인격체의 진위 여부는 이미 결론이 내려진 사항이다.
철학
삶의 시작과 지속. 여기에 어떤 성스럽고 위대한 자연 당위적 이유는 없다. 인간은 아무 목적 없이 태어난다. 이 사실에 빠져들면 존재가 초라하고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진다. 분명 우울한 이야기다. 그러나 살다 보면 자신의 이목을 끄는 ‘어떤 것’들을 만난다. 사소한 계기로 이 ‘어떤 것’을 목표 삼아 매진하기 시작하면 삶이 점점 숙명적인 냄새를 풍겨온다. 집중이 깊어질수록 초라함과 허무함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 되어간다. 이 ‘어떤 것’들의 가장 좋은 점은 ‘사소할 수도 있음’이다. 이 속성 덕분에 하나가 끝나면 다음을 찾기가 쉽다. 틀리면 인정하기 쉽고, 수정하기 쉽다. 시작하기 쉽다.
전산화된 인간의 정신은 원본일까? 복제본일까? 원본일 수도 있다. 복제본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라 할지라도 존재의 초라함, 인생의 허무함을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로 만들 수 있다 -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